경부고속도로의 '미친 카메라'...알고도 당한다
작성일 2014-03-05 / 작성자 본부장 / 조회수 4549
[오마이뉴스 정민규,고정미 기자]
"37,978"
경부고속도로 380.9km(부산-서울) 1차로에 설치한 고정식 무인단속 카메라가 지난해 적발한 차량 대수다. 단속 카메라 한 대가 하루 104건 가량을 적발한 셈이다. 고속도로가 아닌 일반도로에서 운전자의 가장 많은 미움을 샀을 카메라는 충주시 달천동 코끼리주유소 앞 카메라였다. 이 고정식 카메라는 앉은 자리에서 2만9천여 건을 단속했다.
점심시간 식당에 가도 유독 잘되는 가게가 있고, 그렇지 않은 가게가 있듯이 전국에 흩어진 고정식 과속단속 카메라 중에도 이렇게 유난히 성업(?) 중인 곳이 있다. <오마이뉴스>는 경찰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2013년 전국 무인단속 카메라 실적 상위 10곳'과 '각 지방청별 무인단속 카메라 실적 상위 10곳' 자료를 받았다.
이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경찰이 전국 5230대의 고정식 무인단속 카메라로 단속한 실적은 모두 747만여 건. 이중 11만8천여 건의 범칙금을 부과했고, 736만여 건은 과태료를 부과했다. 승용차가 20km/h 이하로 속도를 위반했을 경우로 따져봐도 과태료 부과금액은 2946억 원이 넘는다.
수많은 카메라 중 전국 단속실적 1위인 경부고속도로 380.9km 지점의 카메라를 포함해 실적 상위 10곳 중 5곳이 경기지방경찰청 관할이다. 전국 실적 상위 10곳 중 고속도로는 모두 2곳이었고 경부고속도로였다. 두 곳은 위치마저도 가깝다. 전국 무인단속 카메라 실적 9위는 경부고속도로 390.4km 1차로(부산-서울)로 1위 지점과 불과 10km 가량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반면 일반 도로의 단속 카메라에서는 10곳 중 단속이 가장 많은 4곳의 카메라가 충북지방경찰청 관할이다. 1위인 충주시 달천동 단속 카메라의 단속 건수(29,645건)는 2위인 경기도 남양주 모란터널 인근 단속 카메라의 단속 건수(16,968건) 보다도 1만 건 이상 많았다. 뿐만아니라 충주시 달천동 단속 카메라는 1곳이 제주도 상위 10곳의 단속 건수를 모두 합한 것 (28,462건)을 웃돌았다.
지역별 무인단속 카메라 1위... 서울은 광진교 위, 부산은 수정터널
고정식 단속 카메라를 운영하는 16개 지방경찰청의 단속 실적을 보면 해당 지역에서 가장 운전을 조심해야 할 구역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서울은 광진구 천호동 광진교 위 단속 카메라가 8901건을 단속했다. 부산에서 가장 많은 과속을 잡아낸 단속 카메라는 동구 좌천동 수정터널 부두로에 있다. 지난해 12,051건의 차량이 원치 않는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대구는 달성 IC를 빠져나와 달성공단으로 향하는 달성IC네거리 500m 전에서 차마 속도를 줄이지 못한 차량이 줄줄이 단속에 걸려들었다. 7440대를 단속해 대구지역 1위였다. 인천은 남동구 고잔동 아암로가 6600건으로 가장 많았다. 같은 남동구의 논현동 동방초등학교 앞도 6535건으로 큰 차이없는 2위였다. 광주에서는 북구 양산동 OB맥주 후문 앞이 9206건으로 가장 많았다.
대전은 유성구 안산동 마을 입구가 7980건의 단속 건수로 가장 첫 줄에 이름을 올렸다. 대전 유성구는 대전 시내 단속 상위 10곳 중 7곳이나 포함됐다. 울산에서는 남구 신복고가차도를 달려나간 차들 중에 유난히 빨리 달린 차가 많았다. 이곳은 11,319건으로 울산 지역 1위였는데 2번째인 북구 신청동 동대초등학교 앞(7061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경기도는 전국 1위인 경부고속도로 380.9km에 뒤를 이어 일반도로인 남양주 모란터널 600m 전에 설치한 카메라가 16,968건을 잡아냈다. 강원도는 남춘천IC로 달리는 춘천시 남산면 광판리에 위치한 단속 카메라가 13,812건을 단속해 1위였다.
"아차 하면 걸립니다... 안전운전은 필수"
같은 단속 카메라인데도 불구하고 유독 몇몇 단속 카메라 앞에서 운전자들이 단속을 피해 나가지 못한 이유가 궁금했다. 설마 해당지역에 수맥이라도 흘러 이곳을 지나는 운전자로 하여금 가속 페달을 밟게 하는 걸까? 고속도로야 그렇다 치더라도 일반도로 중 독보적인 1등을 차지한 충주시 달천동 단속 카메라를 운영하는 충북지방경찰청에 이유를 물었다.
충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3일 <오마이뉴스>기자에게 "해당 단속 카메라의 경우 70km에서 60km로 바뀌는 구간이고 특히 과속하기 쉬운 구간이라 사망사고도 자주 나서 예방차원에서 단속 카메라를 지난해 설치했다"며 "작년에는 카메라 설치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운전자들이 단속에 많이 적발됐지만 올해는 설치 사실이 많이 알려져 단속도 줄고 사고도 줄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속 카메라를 설치하는 기준도 설명했다. 그는 "단속 카메라의 설치목적은 어디까지나 사고예방에 집중된다"며 "새로 도로를 개통한 지역이나 교통사고가 빈발하는 지역에 단속 카메라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덧붙여 경찰은 차량과 단속지점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의 성능을 과신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들이 제동력 같은 차량의 성능을 믿고 내비게이션이 안내해주는 지점만 피해 나가면 된다는 생각에서 과속하다 보면 단속을 피해 나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단속을 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들이 규정 속도만 지킨다면 단속 카메라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안전운전은 본인만이 아니라 다른 운전자, 보행자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7,978"
경부고속도로 380.9km(부산-서울) 1차로에 설치한 고정식 무인단속 카메라가 지난해 적발한 차량 대수다. 단속 카메라 한 대가 하루 104건 가량을 적발한 셈이다. 고속도로가 아닌 일반도로에서 운전자의 가장 많은 미움을 샀을 카메라는 충주시 달천동 코끼리주유소 앞 카메라였다. 이 고정식 카메라는 앉은 자리에서 2만9천여 건을 단속했다.
점심시간 식당에 가도 유독 잘되는 가게가 있고, 그렇지 않은 가게가 있듯이 전국에 흩어진 고정식 과속단속 카메라 중에도 이렇게 유난히 성업(?) 중인 곳이 있다. <오마이뉴스>는 경찰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2013년 전국 무인단속 카메라 실적 상위 10곳'과 '각 지방청별 무인단속 카메라 실적 상위 10곳' 자료를 받았다.
▲ 2013년 전국 단속카메라 순위. |
ⓒ 고정미 |
이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경찰이 전국 5230대의 고정식 무인단속 카메라로 단속한 실적은 모두 747만여 건. 이중 11만8천여 건의 범칙금을 부과했고, 736만여 건은 과태료를 부과했다. 승용차가 20km/h 이하로 속도를 위반했을 경우로 따져봐도 과태료 부과금액은 2946억 원이 넘는다.
수많은 카메라 중 전국 단속실적 1위인 경부고속도로 380.9km 지점의 카메라를 포함해 실적 상위 10곳 중 5곳이 경기지방경찰청 관할이다. 전국 실적 상위 10곳 중 고속도로는 모두 2곳이었고 경부고속도로였다. 두 곳은 위치마저도 가깝다. 전국 무인단속 카메라 실적 9위는 경부고속도로 390.4km 1차로(부산-서울)로 1위 지점과 불과 10km 가량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반면 일반 도로의 단속 카메라에서는 10곳 중 단속이 가장 많은 4곳의 카메라가 충북지방경찰청 관할이다. 1위인 충주시 달천동 단속 카메라의 단속 건수(29,645건)는 2위인 경기도 남양주 모란터널 인근 단속 카메라의 단속 건수(16,968건) 보다도 1만 건 이상 많았다. 뿐만아니라 충주시 달천동 단속 카메라는 1곳이 제주도 상위 10곳의 단속 건수를 모두 합한 것 (28,462건)을 웃돌았다.
지역별 무인단속 카메라 1위... 서울은 광진교 위, 부산은 수정터널
▲ 2013년 각 지방청 단속카메라 실적 상위10곳. |
ⓒ 고정미 |
고정식 단속 카메라를 운영하는 16개 지방경찰청의 단속 실적을 보면 해당 지역에서 가장 운전을 조심해야 할 구역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서울은 광진구 천호동 광진교 위 단속 카메라가 8901건을 단속했다. 부산에서 가장 많은 과속을 잡아낸 단속 카메라는 동구 좌천동 수정터널 부두로에 있다. 지난해 12,051건의 차량이 원치 않는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대구는 달성 IC를 빠져나와 달성공단으로 향하는 달성IC네거리 500m 전에서 차마 속도를 줄이지 못한 차량이 줄줄이 단속에 걸려들었다. 7440대를 단속해 대구지역 1위였다. 인천은 남동구 고잔동 아암로가 6600건으로 가장 많았다. 같은 남동구의 논현동 동방초등학교 앞도 6535건으로 큰 차이없는 2위였다. 광주에서는 북구 양산동 OB맥주 후문 앞이 9206건으로 가장 많았다.
대전은 유성구 안산동 마을 입구가 7980건의 단속 건수로 가장 첫 줄에 이름을 올렸다. 대전 유성구는 대전 시내 단속 상위 10곳 중 7곳이나 포함됐다. 울산에서는 남구 신복고가차도를 달려나간 차들 중에 유난히 빨리 달린 차가 많았다. 이곳은 11,319건으로 울산 지역 1위였는데 2번째인 북구 신청동 동대초등학교 앞(7061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경기도는 전국 1위인 경부고속도로 380.9km에 뒤를 이어 일반도로인 남양주 모란터널 600m 전에 설치한 카메라가 16,968건을 잡아냈다. 강원도는 남춘천IC로 달리는 춘천시 남산면 광판리에 위치한 단속 카메라가 13,812건을 단속해 1위였다.
"아차 하면 걸립니다... 안전운전은 필수"
▲ 경찰청은 2013년 한해 동안 전국의 고정식 차량 단속카메라 5230대를 통해 747만여건을 단속했다. 이중 경부고속도로 380.9km 지점의 단속카메라가 3만7천여건으로 전국 1위였다. 일반도로 중에서는 충북 충주시 달천동에 있는 단속카메라가 2만9천여건으로 가장 많았다. |
ⓒ 정민규 |
같은 단속 카메라인데도 불구하고 유독 몇몇 단속 카메라 앞에서 운전자들이 단속을 피해 나가지 못한 이유가 궁금했다. 설마 해당지역에 수맥이라도 흘러 이곳을 지나는 운전자로 하여금 가속 페달을 밟게 하는 걸까? 고속도로야 그렇다 치더라도 일반도로 중 독보적인 1등을 차지한 충주시 달천동 단속 카메라를 운영하는 충북지방경찰청에 이유를 물었다.
충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3일 <오마이뉴스>기자에게 "해당 단속 카메라의 경우 70km에서 60km로 바뀌는 구간이고 특히 과속하기 쉬운 구간이라 사망사고도 자주 나서 예방차원에서 단속 카메라를 지난해 설치했다"며 "작년에는 카메라 설치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운전자들이 단속에 많이 적발됐지만 올해는 설치 사실이 많이 알려져 단속도 줄고 사고도 줄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속 카메라를 설치하는 기준도 설명했다. 그는 "단속 카메라의 설치목적은 어디까지나 사고예방에 집중된다"며 "새로 도로를 개통한 지역이나 교통사고가 빈발하는 지역에 단속 카메라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덧붙여 경찰은 차량과 단속지점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의 성능을 과신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들이 제동력 같은 차량의 성능을 믿고 내비게이션이 안내해주는 지점만 피해 나가면 된다는 생각에서 과속하다 보면 단속을 피해 나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단속을 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들이 규정 속도만 지킨다면 단속 카메라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안전운전은 본인만이 아니라 다른 운전자, 보행자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